[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264년 전 따가이따이 따알화산에 대한 이야기
오늘 필리핀 따가이따이의 날씨는 구름이 많아 조금 흐릴 뿐이지만, 1754년에는 조금 달랐다. 1754년 5월 15일, 땅에서 올라온 어둠이 하늘까지 검게 물들이던 그날은 불캉따알(Bulkang Taal) 주변에 살던 사람들에게 저주와 같은 날이었다.
1754년 5월 15일, 따알화산(Taal Volcano. 따갈로그어로 Bulkang Taal)이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폭발한 화산은 그해 12월이 될 때까지 분출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4개나 되는 마을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했다. 7개월 동안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고 상상해보라. 따알 화산의 분출이 주변 마을에 대체 어떤 피해를 입혔을까는 굳이 이런저런 학술 자료를 뒤져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뜨거운 용암을 내뿜으며 분출한 뜨거운 화산은 파괴적인 힘으로 주변을 암흑으로 뒤덮었고, 화산 폭발에 따른 용암 분출은 화산암 조각이 날아다니는 재난사태를 일으켰다. 따알화산이 호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호수의 범람도 문제였다. 다른 전형적인 화산과 다르게 따알 화산은 주 분화구가 매우 넓고 낮은 데다가 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뜨거운 용암뿐만 아니라 화산 쓰나미까지 걱정해야 했다. 당시를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화산 물이 분수처럼 치솟았다고 하는데, 따가이따이 일대에 홍수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오래된 일인지라 따알화산의 분출로 인한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구할 수는 없지만, 당시 상황에 대하여 기록한 책의 표현에 의하면 "섬 전체가 불타는 곳처럼 보였다."고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지구 마지막 날을 표현한 고약한 재난영화처럼 화산은 호수 주변 마을을 온통 집어삼켰다.
하지만 지옥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화산이 잠잠해졌을 때, 사람들은 다시 그들이 살던 곳으로, 혹은 살던 곳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어쨌든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7개월 전의 따알화산 모습을 잊어야 했다. 화산 폭발로 주변 호수의 모양과 지형이 모두 바뀌어 버렸던 것이다. 1754년의 화산폭발 이후로도 따알화산은 몇 차례의 폭발을 일으켰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때처럼 극심한 화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수천 명의 사람이 따알화산에 산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이라는 따알화산에서 조랑말을 타기 위해 온 여행객을 위해 마부나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을 사람 상당수는 방구스나 틸라피아 생선 양어장에서 일하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간다. 이곳 사람들에게 "활화산에서 사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싶지만, 그런 질문은 부질없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 비나투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데이투어 상품 중 하나가 바로 따가이따이 따알화산 투어이다. 오전에 렌터카를 타고 따알화산에 가서 조랑말을 타고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을 먹는 코스로 진행된다.
▲ 따가이따이 따알화산은 지금도 활동하는 화산이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화산전문가들이 일주일에 한 번 분화구로 가서 수온 및 기타 지표를 측정하고 화산을 모니터링하도록 함으로써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 타알 화산의 높이는 해발 400m이다. 산 정상까지 많이 높지는 않지만 걷기 좋은 산책로라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보통 조랑말을 타고 올라가는데, 정상에서 보이는 경치가 꽤 근사하다.
▲ 산 위에 올라가면 1977년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작은 칼데라 호수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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